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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경고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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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ts : 2654
  • 작성일 : 2009-11-04
해파리의 경고 2009-08-04 13:45


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요즘 바닷가에서 해파리에 쏘이는 피서객들이 많다.

해파리는 투명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있다. 물론 종류에 따라 다르다. 손가락 만한 크기도 있고 2m가 넘는 종도 있다. 해파리의 몸은 한천질로 되어 있어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하고 해류와 같이 이동한다. 굳이 분류를 하면 동물플랑크톤에 속한다. 대부분은 바다에 살며 예외적으로 담수와 기수에 살기도 한다.

아름다울 것만 같은 해파리가 요즘 우리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해파리로 인한 피해는어업생산성 저하, 국가발전설비 가동중단, 쏘임사고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얼마 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표한 '유해 해양생물 해파리 피해예방 기획연구' 최종보고서에서는 이 세 가지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연간 1521억원∼3048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더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파리로 인한 어업피해액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많이 나타나는 7, 8월에는 76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가 같이 나타나는 6∼11월에는 2290억원의 어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파리로 인한 피해는 전국 연안 모두를 포함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월초 동해안에 처음 나타난 보름달물해파리가 최근 국내 해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서남해안에서 지름 10∼25㎝ 크기의 보름달물해파리가 대량 출현, 어민들이 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독성이 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출현지역도 확산되고 있다. 이 해파리는 지난 6월 중순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 1곳에서 처음 발견된 뒤 6월말 12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주에는 강원, 제주, 전남, 전북 등 4개도 17곳에서 발견됐다.

이렇게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해파리는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기간산업시설에서 냉각수가 유입되는 취수구를 막아 발전 정지나 발전량 감소 등의 피해를 주고 있다. 울진원전은 몇 년 전부터 취수구에 해파리가 걸려 고생을 하고 있다. 영광원전은 올해 처음으로 취수구 구멍에 해파리가 걸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영광원자력본부는 이달 들어 냉각수 공급용 취수구 구멍(지름 1cm)에 밀려든 해파리를 하루 2∼10톤씩 수거하고 있다. 한번 취수구가 막히면 발전설비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심각한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에 출현하는 해파리 34 종 가운데 독성을 지닌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유령해파리' 등 모두 5 종이다. 이들 해파리에 쏘이면 심한 통증과 함께 채찍 모양의 상처가 생기게 된다. 피부가 가렵고 몸이 붓는 증상도 나타나며,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쇼크로 실신할 수도 있다.

해마다 여름 피서철이면 독성 해파리가 해수욕장에 출현해서 피서객들을 괴롭히고 있다. 작년에는 부산지역에서 해파리로 쏘인 사고가 신고 된 건만 100건 정도 된다. 아마도 쏘인 분들은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이 휴가철인데 참 걱정이다.

요즘 해파리가 극성을 부려 해수욕장마다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출몰 안내 방송이 나오거나 물속에서 해파리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해파리 쏘임을 방지하는 좋은 예방법이다.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상처 부위나, 촉수를 맨손으로 절대 만지지 말고 침착하게 물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통증을 줄이는 응급 처치 방법은 상처 부위를 알코올로 소독하고, 베이킹파우더 반죽이나, 뜨거운 모래, 우유 등을 바르시는 것이 좋다. 만일 호흡 곤란, 오한, 구역질 등의 2 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해파리로 인한 피해는 한 4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온이 상승하고 해안이 시멘트, 콘크리트 등의 인공기질로 바뀌면서 해파리의 양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수산자원 남획으로 해파리 경쟁 어종이 사라지고 바다 속의 산소가 부족해 빈산소수괴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변화된 환경에 강한 해파리 개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물고기가 못사는 환경이 해파리에게는 천국이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해수온이 상승되면서 열대나 아열대 바다에 있던 맹독성 해파리가 국내 연근해나 해수욕장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24종의 해파리 가입이 예상된다. 그중 무려 100종이 맹독성을 가지고 있는 해파리로 예측하고 있다.

해파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2004년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 과학자들이 양국 어업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해파리에 대해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수산과학원에서는 포획된 해파리에서 젤라틴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상용화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연안에서 조업하는 안강망, 낭장망 어업인들의 해파리 피해 감소를 위해 기존 '근해안강망 해파리 배출망에 관한 고시'를 확대 개정했다. 해파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인 피서객이 늘어나면서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진 말쥐치를 2007년부터 대량 방류하고 있다.

물론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시행되는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안선의 인공기질 증가, 물고기의 남획, 해양생태계 오염, 지구온난화 등의 요인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환경파괴가 결국 우리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