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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웰빙의 '의미'
  • Name : 이승호
  • Hits : 1843
  • 작성일 : 2005-09-15

진정한 웰빙의 '의미' -에코저널 기고문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前군산대 외래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요즘 '웰빙'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웰빙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물질적 풍요만을 중요하게 여겼던 행태에서 정신적 물질적 조화를 통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웰빙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2000년 이후다.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웰빙족' 이라고 일컬었다. 그들은 고기 대신 생선이나 유기농산물을 즐기고 단전호흡·요가, 산행 등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며 패스트푸드를 추구하기보다는 가정에서 만든 슬로푸드를 즐겨 먹고 취미생활을 충분히 즐기고자 한다.

이러한 웰빙에 꼭 포함되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우리가 편의에 따라 아니 편리를 위해 멀리 떠나보냈던 나무, 하천 등이 웰빙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 있을 때 소중함을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주위에서 사라지면서 소중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환경이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외계를 말한다. 보통 인간에 영향을 미치거나 혹은 인간이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을 환경이라 한다. 우리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구성원들을 멀리 떠나보냈다.

이제 와서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구성원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훼손되고 없어지는 자연구성원들을 우린 미래에 어떤 이름을 붙여가며 소중함을 깨달고 추구하려 할까? 참으로 한심한 일들이다. 쫓아내고 쫓아가고 이러한 반복이 잠시나마 환경 구성원들을 머물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사라진 식물, 동물은 사전에서나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아있는 것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우리들이니 이용이나 잘한다면 박수를 보내야 하는 걸까 ?

얼마 전 필자는 광양항에 해양조사를 다녀왔다. 광양항 인근 하천하류에는 참굴(Crassostrea gigas)이 아주 넓게 분포했다. 너무나 많은 개체수가 분포해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한쪽에서 회색빛의 정체모를 물이 유입되는 것이 보였다. 색깔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그곳에 생육하는 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지만 유익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영양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많은 생물이 다양하게 분포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종이 이상증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종을 기회종이라 한다. 필자가 참굴이 많다고 본 곳은 바로 기회종이 우점하고 있는 곳이었다. 어디선가 영양염류가 풍부하게 유입되고 있는 그런 곳에 기회종이 이상증식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상 증식은 종다양성을 감소시킨다.

한참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굴 밭(?)을 바라보다.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들려 왔다. 고개를 들고 그 소리를 따라가니 인근주민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그 참굴을 채취하고 계셨다. 옆에서 뿌옇게 유입되고 있는 물을 못 보았을 리는 만무하고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굴을 채취하는 것일까? 다가가 여쭤 보니 먹으려고 채취한다고 답한다. 참으로 인간이 무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러한 곳이 지옥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죽어 가는 것도 모르고 어떤 것이 더러운 것인지 깨끗한 것인지 모르면서 그 속에 묻혀 가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오염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고 산업시설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바다를 메우고 산을 부수고 하천을 복개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삶의 윤택을 위한 개발 목적보다는 사회구성원들이 떠안고 가는 피해가 더 커져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사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수많은 환경오염 사례를 경험 삼아 그들 나라처럼 오염 피해가 속출하는 사태를 줄 일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불구, 수수방관한 과오를 범했다. 못 먹고 못사는 때가 있었던 터라 개발이 최우선이어야 했겠지만 오히려 못살았던 때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듯 하다.

우리가 단순 개발에만 힘을 쏟고 있을 때 자연을 보호하고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에 신경을 쓴 나라들은 우리보다 더 좋고 맑은 하늘, 깨끗한 물, 푸른바다, 수많은 야생동식물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며 지내고 있다.

과연 환경을 잘 지키고 가꾸는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마도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창문을 열었을 때 푸른 산과 들, 맑은 시냇물이 보이는 것과 회색 빌딩, 시커먼 매연, 스모그가 앞을 가로막는다면 이런 상황이 삶의 윤택이라고 말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너무 개발에만 치우치는 답답한 정책기조는 결국 환경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잔인함을 전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