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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 침투한 환경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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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05-11-23

생활속에 침투한 환경호르몬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유사이래 최근 몇 세기가 인류 과학기술의 굵은 획을 그은 것이 사실이다. 발달된 과학기술은 생명연장의 꿈이나 불치병 치료 등의 많은 업적을 남기고 있으며 인류 생존에 많은 편리함을 주고 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은 정말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 또한 과학기술의 놀라운 힘이다.

과학이 발달한 나라가 인류생존 복지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나라는 자국민 복지에도 신경을 쓸 수 없어 많은 희생자를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과학기술은 인류와 공존한다.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한계는 과학기술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이 그러하듯 얻는 것이 있으면 잃은 것은 늘 존재한다. 인류는 과학기술에 의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반면 그 역풍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 생성되지 않은 물질을 과학의 힘을 빌려 합성시키게 됨에 따라 인류에 많은 도움이 되는 한편으로 인류 스스로 목을 조이고 있다. 인간은 물론 다른 생명체까지 생존 위협을 가하는 물질을 생산하여 생태계에 극심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들 중 자연에 의하여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만드는 생물은 인간 밖에 없다.

최근 이러한 물질적 폐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중 신체내의 호르몬과 화학적 구조가 비슷해 우리 신체중 생식계통의 이상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생식계통의 이상을 유발하는 것을 내분비계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이라 한다. 내분비계교란물질은 임포섹스(imposex)을 유발시키거나 다양한 대사과정에서 생체 균형을 망가트리는데 심각성이 있다. 내분비계교란물질은 알려진 것만 총 67개의 물질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백만분의 1이라는 미량의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화학공장, 폐기물 소각장, 잔류농약, 각종 비닐제품, 인스턴트식품포장재, TBT(tributyltin)등의 물질이다. 화학물질로 구성된 물질중 환경호르몬에 속하지 않은 것이 별로 없을 정도다. 생활 속에 환경호르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깊숙이 침투한 환경호르몬을 우린 부여잡고 살고 있다. 환경 호르몬 중 TBT는 부착생물을 막기 위한 방오제로서 선박부착생물을 죽일 뿐 아니라, 양식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해안 조간대 생물인 고둥류의 성전환을 유발하여 생태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선박 페인트 속에 첨가되는 TBT라는 유기주석 화합물은 선박뿐만 아니라 해양구조물, 어망 등에 생물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부착 방해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부착 억제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TBT는 다른 중금속들에 비해 아주 독성이 높기 때문에 따개비와 같은 부착생물들은 페인트 칠이 된 표면에 붙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 뿐 아니라, 해양구조물이나 선박용 페인트 속에 들어 있는 TBT는 바닷물 속으로 녹아 나오게 되므로 부착생물이 아닌 다른 해양 생물들에 까지도 생육장해를 주게 된다.

TBT 물질은 굴, 홍합 등 양식생물의 성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대수리(Reishia clavigera), 소라(Batillus cornutus)와 같은 고둥류의 암컷이 수컷으로 변화되는 성전환(imposex)을 유발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항만이나 연안에서도 고둥류의 임포섹스가 상당히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임포섹스가 심해지면 난관이 막혀 암컷이 선택적으로 죽게 되는데 오염된 곳에서는 암컷과 수컷의 비가 1 : 20에 이르는 곳이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양식생물과 조간대 생물이 좀 죽어서 뭐 어쩌냐"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식생물, 조간대 생물을 먹고 있는 우리인류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양식생물을 먹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인류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

임포섹스가 인류에게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꽁꽁 묶여 있다. 어느 한 생물이 죽거나 멸종하면 그 생물과 먹이 관계에 있는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생물농축(biological concentration)은 먹이사슬에 의하여 고차소비자인 인류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생활 속에 많은 화학물질이 자리 잡고 있고 그 화학물질마다 사용 규제가 생길 쯤에는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난 후 일 것이다. 환경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은 생활 속에서 유발원을 차단하는 방법 밖에 없다.

생활속에서 불법소각을 자제하고, 인스턴트 식품 자제, 농약(살충제)사용자제, 플라스틱 용기 사용자제, TBT 사용금지 등을 통하여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실천될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가슴속에 새겨두고 실천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