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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감화되어 보자
  • Name : 이승호
  • Hits : 1809
  • 작성일 : 2005-08-31

자연에 감화되어 보자

생명없는 물건과 교감하는 시대
경제가치로 자연을 환산하려 말자

한국수권환경연구센터 이승호 책임연구원

이제 정말 여름인가보다. 장마가 시작됐으니 말이다. 오늘도 어제도 지겹도록 비가 내린다. 이런 날씨에는 무언가 사색할 일들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다. 얼마전 필자는 남양주시를 다녀왔다. 남양주에는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이 존재했다. 특히 한강에 넓게 펼쳐진 수생식물들과 요즘 꽃망울을 터뜨린 연꽃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잎과 꽃은 빗방울을 안고 또르르 자연의 품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를 연발하며 강변을 거닐다 문득 요즘 인터넷 세대들이 자연과 교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에 가슴 한구석이 시려왔다.
옛 성인들의 훌륭한 말씀중에는 자연에서 느낀 부분을 표현한 내용이 참 많다. 그런 부분들을 우리는 진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자연의 순리는 진리이며 말로써 느끼지 못하는 감화를 얻을 수 있다. 요즘 사회가 폐인륜적 범죄가 일어나는 등 삭막한 것은 딱딱한 시멘트, 아스팔트, 컴퓨터 등의 생명력 없는 물건들과의 교감에서 생긴 결과인지도 모른다. 생명의 따스함과 자연의 순리를 모르고서야 어떻게 자연속에 속한 인간의 순리와 인간상호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갯벌을 매립하자는 사람들이 갯벌속에 들어가 갯벌에서 생육하는 수많은 생명들과 마주하고 그들의 소리를 들어본다면 매립하자는 말이 과연 나올까? 숲을 파괴하고 산을 파서 갈가리 찢어 놓고 바다와 하천에 넣으려는 사람들이 숲에 싸여, 아니 숲에 들어가 생명의 소리를 가슴으로 들어 본다면 그 가르침과 생명을 지키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자연에 감화돼야 한다. 경제가치로 자연을 환산하려 하지 말자. 그 어떤 슈퍼컴퓨터도 자연의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오감을 자극하던 남양주시를 지나 미사리로 들어오다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과 카페가 참 많이 있었다.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니 손님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더 띄게 하려고 경쟁적으로 야간조명을 너무 강렬하게 설치하고 있었다. 인공빛이 너무 많았다. 한 영업소에 간판이 8개가 넘었으며 모두 네온으로 장식돼 있었다. 고유가 시대라고 절전을 외치고 있는 요즘 이곳 미사리는 산유지역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공빛은 자연생태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질 않으며 하늘에 수많은 별들도 보이지 않게 한다. 별이 없는 밤하늘은 아이들의 미래도 꺾고 있다. 우린 어쩌면 자연생태계에 살면서도 인간만의 새로운 공간으로 탈출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도심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동물도 없어지고 하천도 없어지고 자연적인 것은 모두 멀리멀리 떠나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과 멀어지면 인류도 파멸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