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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실천하는 것도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에코저널기고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수석연구원
  • Name : 이승호
  • Hits : 1641
  • 작성일 : 2011-07-19
환경, 실천도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

이승호 수석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에코저널=서울】얼마 전 필자는 시화호 갯벌로 조사를 다녀왔다. 갯벌에서 염생식물을 조사하던 중 넓은 갯벌에서 몇몇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퉁퉁마디와 칠면초를 채취해 한 봉투 가득 채우고 계셨다.

예전부터 염생식물은 한약재로 사용되었으며 그 맛 또한 좋아 해안가에서는 늘 어르신들이 즐겨 드셨다. 그분들이 채취하는 양이라 해봤자 비닐봉투 한 두 개 양이다.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순리에 맞도록 채취를 하셨다.

염생식물을 연구하는 필자이지만 염생식물을 채취한 모습에 너무 반가워 다가가 여쭤어 보았다. "이거 왜 채취하신거예요?"필자는 그 이유를 알면서도 어르신들의 말벗이나 될까 여쭤보았다. 어르신은 반가워하시면서 맛과 효능을 열거하신다.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예전부터 시화호에서 채취를 하셨으며, 그때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식물이 있었다고 한다. 수질도 괜찮았다고 하신다. 시화호가 만들어지면서 달라진 것이 많다고 하신다. 환경이 바뀌면 추억도 사라지고 주변에 사시는 분들의 생활패턴에 영향을 줄 뿐아니라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환경을 변화시키려면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환경은 어렵다.









▲시화호에 분포하는 퉁퉁마디 군락.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르신들의 보따리를 같이 들고 나왔다. 육상으로 올라와 채취한 염생식물을 다듬는 일을 거들고 있었다. 옆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데 자동차를 타고 가시는 한 사람이 얼굴을 빼꼼하게 내놓고 어르신들에게 다짜고짜 "여기에다가 쓰레기 버리시면 않됩니다"라며 큰 소리를 치셨다. 옆에 있던 필자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휙 돌려 쳐다봤다. 그 분들은 다시 한번 "쓰레기를 버리시면 않됩니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광경이었다. 그 어르신들이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젊은 사람이 연세 드신 분들에게 소리지르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들은 소리를 질렀던 것일까 ?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있는 듯하나 누가 들었더라도 그 상황은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설사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들어더래도 화가 날만한 언사였다. 다행히 어르신들은 화를 내지 않으시고 그냥 "예, 우린 쓰레기 않버려요"]라고 하시고는 다듬던 퉁퉁마디를 놓고 일어나신다.

환경을 알리는 것은 완장을 찬 호기로 하는 것이 아니며 설득과 이해를 시켜야 한다. 아무리 좋은 언사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듣기좋은 언사가 아니면 아무 필요 없는 언사가 되는 것이다. 하물며 연세 드신 분들에게 하는 언사는 또 조심조심해야 할 것이다.

요즘 환경운동을 한답시고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각종 개발사업에 끼어 들어 영리를 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진정 환경을 위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저 영리 목적으로 환경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환경을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환경을 사랑하고 환경을 위하는 사람들이 같이 욕을 먹어서는 않된다. 제발 그런 파렴치한 사람들이 환경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이 이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릴 때는 최대한 정성을 담아 알려야 한다. 환경을 알리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소중한 생명을 고함지르면서 지킬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