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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습지에도 봄은 온다 2012-04-10 13:35
  • Name : 운영자
  • Hits : 1340
  • 작성일 : 2013-06-25
염습지에도 봄은 온다 2012-04-10 13:35

이승호 박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부소장/수석연구원)

【에코저널=서울】날씨가 아침과 저녁으로 춥고 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날아갈 듯하다. 봄인지 겨울인지 모를 지금 이 날씨는 어떻게 된 것일까?

기상 변화가 생기면 늘 나오는 단어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다. 과연 어디까지가 자연현상이고, 어디까지가 환경변화일까?

예년 대비, 평년 대비해서 이상한 환경징후가 환경변화이고 예년 대비, 평년 대비 비슷하면 자연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자연현상이라는 것이 해마다 비슷한 패턴을 나타나겠는가? 이 또한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커다란 숙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통(?)을 겪으면서 봄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추위와 바람에도 개나리는 꽃을 피우고 벚꽃은 만개하고 있으며, 산수유 꽃은 노랗기만 한다. 이런 날씨와 환경 푸대접에도 우리에게 봄을 알려주는 것을 보면 그저 자연(自然)이 신비로우며 고맙기 만한 대목이다.


▲발아된 칠면초.

요즘 염습지에 가면 작년에 푸르게 자랐던 식물들이 누렇게 고사체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렇게 된 곳에 요즘 같이 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는 왠지 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발아는 잘 되고 있을까? 줄기는 잘 올라오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늘따라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졌다.

필자가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 옷을 꽁꽁 부여잡고 염습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염습지 밖에서 우려했던 것과 달리 칠면초 새싹 한 개체가 쑥∼ 올라와 있었다. 드디어 발아가 시작된 것이다. 발아된 개체가 더 없을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검은 갯벌 사이로 밝은 초록색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갯벌 밖에서 춥다고 투덜대며 지나칠 때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갈대와 천일사초는 새줄기가 올라오고 칠면초는 어린새싹이 돋아나고 있고, 갯질경이는 빼꼼하게 푸른 잎을 뽐내고 있었다. 염생식물 대체서식지 조성연구를 위해 염습지를 조사하다 보면 이때가 제일 사랑스런 갯벌로 보이게 된다.


▲싹이 올라오는 갯질경이.

생명체가 없을 것 같고 고사체가 즐비한 갯벌에 자세를 낮추고 가까이 다가가니 갯벌의 생명 잉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만 보기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스산했던 분위기가 따뜻한 생명의 품으로 충만해졌다. 바람 때문에 꽁꽁 닫은 옷을 풀어 헤치고 누워서 갯벌 가까이 몸을 다가가니 그 생명의 활기찬 기운이 더욱 크게 전해져 왔다.

필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봄은 오는 구나 갯벌에도 봄은 오는구나. 이렇게 추운데 봄은 오는 구나, 고맙다. 와줘서∼생명들아∼~그리고 봄아∼"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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