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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도 과하면 공해다 -에코저널 기고문-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 Name : 이승호
  • Hits : 2225
  • 작성일 : 2006-11-22

빛도 과하면 공해다 2006-11-16 10:27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최근 전라북도 김제에 다녀왔다. 넓은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시골이었는데, 높고 높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과 함께 들녘에 가득한 황금빛 벼들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또 저녁이 되자 하얀 눈처럼 맑은 별빛들이 반짝였다. 곧 쏟아질 듯한 맑은 눈빛이다.

가을 하늘이 맑아 별들이 유독 잘 보이는 것은 대기의 대류가 여름보다 약해서 먼지가 고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쉽게 비에 씻겨 내리기 때문이다. 가을하늘의 별자리는 페가수스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고래자리, 바다염소자리 등의 2천600개 이상의 별들이 관찰된다.

도심에는 별 볼일이 없다. 수많은 네온싸인과 화려한 조명, 한강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공불빛들, 그래서 도심의 하늘은 별 볼일이 없다. 더욱이 차량증가와 각종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은 검은 지우개처럼 하늘빛의 모든 것을 검게 만들어 버렸다.

유독 우리나라의 인공불빛은 너무 많다. 멋진 야경을 위해서 라지만 너무 과한 듯하다. 늘 모든 것의 이치가 그러하듯 과하면 해가 된다. 빛도 과하면 해다. 이것이 빛공해다.

현재 도심은 너무 밝다. 그리고 빛공해에 대해 너무 무관심이다. 인공조명에 의해 별빛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둘째이거니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등과 함께 불빛이 심각한 것도 공해 자체인 것이다.

해외에서는 인공조명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 감지되는 사실이 학회에 수없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 클렘슨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높은 건물이나 탑의 붉은 점멸 불빛은 밤에 이동하는 수백종의 철새를 유인해 불빛 근처를 곡예 비행하게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 1천마리가 한꺼번에 탑에 부딪쳐 죽는 일도 벌어졌다"고 보고된 바 있다. 철새는 대부분 본능적으로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본능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회유성 어종인 연어와 청어가 북태평양의 인공불빛 때문에 이동을 하지 않거나, 불빛 근처로 몰려들었다가 육식성 어종의 먹이가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플로리다 어틀랜틱대 연구팀은 "해변의 밝은 조명 때문에 부화한 바다거북이 방향감각을 잃고 해변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미국 웰레슬리대 연구팀은 "도시 근처의 호수에서는 밝은 불빛 때문에 동물성 플랑크톤이 물밑에서 올라오지 못해, 수면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필요 이상으로 번식하면서 수질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보고한다. 우리나라도 호소가 많다. 인공호소도 있고 자연호소도 있지만 유독 인공호소의 물이 맑지 못한 것이 생물상의 다양화가 떨어진다는 점도 있지만 이러한 빛이 수질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독일의 카네기연구소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성장하는 식물은 많은 광수용체를 진화시켜왔다"며 "사람의 눈으로 느낄 수 없는 빛의 작은 변화에도 식물은 발아, 줄기와 잎의 성장, 개화, 열매 성장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가 여름에 피고 봄에 피는 것을 수시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곳 주변을 잘 살펴보면 어김없이 가로등 주변이나 인공조명이 비춰지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한여름 밤에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매미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소음공해로 스트레스를 받은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인공조명으로 인해 매미가 밤을 낮으로 착각하고 지속적으로 울게 된 것으로 이 또한 빛공해의 일부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지에서는 어린이 49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밤에 불을 켜고 자는 어린이의 34%가 근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됐다. 사람을 비롯해 모든 동식물들은 생체리듬을 갖고 있다. 이 생체리듬은 인공불빛에 의해 혼돈이 야기되며 동식물의 생육은 물론 면역력 약화, 생리, 생식 활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칠레, 호주 등은 '빛공해방지법'을 만들었다. 몇몇의 나라들은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의 인공조명 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어디서나 인공조명에 오픈돼 있다. 이러한 영향들이 과연 생태계의 어느 부분에 더 치명적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빛영향이 생태계에 악영향이라는 것은 누구도 반론하지 못 할 것이다.

도심의 야경도 좋지만 몇 않되는 별빛을 보며 우주를 꿈꾸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담하지 않은가? 별은 단순히 빛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따라서 도심의 인공조명을 줄여야 한다. 빛없는 날을 만들어 일년 중 몇일은 빛공해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고 빛의 산란을 방지하는 조명 갓을 씌우고, 하늘을 향한 인공조명 자제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업주들은 지나친 간판 경쟁으로 인한 불필요한 조명사용을 막아야 한다. 더욱이 고유가 시대에 맞는 절약습관이야말로 우리 자신과 미래에 대한 진정한 투자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