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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이 살수 있는 곳을 지켜라 -에코저널 기고문
  • Name : 이승호
  • Hits : 1680
  • 작성일 : 2006-04-06

봄나물이 살수 있는 곳을 지켜라 2006-04-03 21:09

이승호 책임연구원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입춘이 지나고 2달이 지났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은 지난달 6일이었지만 오늘 필자의 옷차림은 여전히 겨울옷이다. 왜 이리도 추운지 4월인데 꽃샘추위 기세가 등등하다. 경칩 때 땅에서 나온 개구리는 잘 지내는지...하긴 도심에서는 개구리가 쉴 곳도 별로 없으니 확인할 수가 없다.

봄이면 봄다움이 있는 환경을 느껴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가 않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스팔트, 시멘트, 콘크리트 환경이 대부분. 녹지가 조금 있는 곳은 여지없이 협소하고 도심 조형물에는 생물들이 적어 따뜻함을 못 느낀다.

녹지는 작은 공간이라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 그나마 주변을 지나다가 작은 녹지에서 돌나물, 쑥 등 봄나물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작은 기쁨이다.

봄나물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주고 항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냉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흡수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돌나물은 피를 맑게 해주고 살균과 소염 작용을 가지고 있다.

봄나물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약초로 나물들이 소개된 부분이 많은 것을 보면 효과가 분명 탁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녹지 주변에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봄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가로수가 자라는 곳에서 봄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도 보인다. 공간이 최소 15m×15m만 돼도 봄나물이 자랄 수 있다. 봄을 느끼면서 자라는 식물을 시민들이 구경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으련만 비참하게도 가로수가 자라는 곳에 있는 봄나물을 채취하는 시민이나 작은 공간에서 자라려고 하는 식물이나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우리주변에서 사라져 간 것이 식물이다. 식물이 사라지면 그 속에 공존하는 동물도 사라진다. 사람도 동물이다. 식물이 없으면 사람도 살수 없는데 인류는 식물의 터전을 없애고 있다.

개발이 좋기는 하나 사람이나 야생동식물에게 몹쓸 짓을 참 많이 하고 있다. 주변에서 식물이나 동물들, 흙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메말라있다. 요즘 자주 발생하는 강력범죄가 패륜적, 반인륜적인 것도 생명의 공존성과 존엄성을 책으로는 들었으나 몸과 정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생기는 현상일수도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생명의 존귀함이야 몸과 정신으로 느껴야지 백날 컴퓨터와 책 앞에서만 배운다면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학계에 보고 된 여러 자료에 의하면 정서 함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년시절에 흙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대체로 심성이 착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요즘 일어나는 패륜적, 반인륜적 범죄들은 현대사회가 흙을 멀리한 결과라는 강한 반증이다.



청주교대 유아교육과 김숙자 교수의 연구결과물에 따르면 "흙을 밟고 자란 아이들은 마음속에 있는 매듭을 흙을 통해 풀어버릴 수 있다"면서 "마음속 매듭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밝힌다.

이유야 어떻든 주변에 봄나물이 자라는 것을 느끼고 그 나물을 그냥 감상하거나 적당량 채취해 식재료로 활용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자라나는 아이들 환경 교육에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환경교육이 따로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미 환경이 아이들 몸과 정신에 가득 채워져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주변에 환경교육자료를 많이 보존하자. 봄에는 봄나물이 자라는 것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말이다. 환경윤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